"렌터카 빌려야 할 판"…BMW·벤츠 운전자들 '날벼락'

입력 2022-04-12 16:02   수정 2022-04-12 16:49


증권사 직원 김 모씨(38)는 얼마 전 예정에 없던 렌터카 계약을 맺어야 했다. 평소 몰고 다니던 BMW의 냉각장치가 고장나 정비소에 맡겼는데 “해외에서 오던 부품이 끊겨 2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출근은 버스로 해결했는데, 주말엔 골프 약속이 있어 렌터카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소들이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차량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대란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치면서 수리용 부품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자동차 수리 부품 품귀, 가격도 상승

지난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공업소에서 만난 정비사 이모 씨(51)는 “랜드로버 차량 기어 레버 부품이 언제 들어올지 기약이 없어 어제도 고객 한 분을 그냥 돌려보냈다”며 “유럽산 차량 부품 품귀현상이 부쩍 심해졌다”고 전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있는 차량 케이블 부품업체 레오니,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에 핸들과, 기어 레버 등을 납품하는 바더 등 다수의 부품기업이 조업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독일에 수출하는 품목의 4분의 1이 자동차 부품이다.

국산차 정비 업계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의 엔진 배선, 한국GM의 승용차 토스카의 에어컨 부속인 블로워 모터 등 평소엔 넉넉했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수리가 지연되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 들어선 중국산 부품 재고까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일부 도시를 봉쇄한 영향이다. 덤프트럭과 컨테이너 차량 등 대형·상용차의 전선 부품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게 정비업계의 전언이다.

자동차 센서, 제어·구동장치, 신형 차량의 리모컨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부품은 더욱 구하기 어렵다. 영등포구의 한 자동차 공업소 관계자 이모 씨(40)는 “신형 국산차 모델의 일부 전자부품은 들어오는데 기본 2~3달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비가 길어지면 회전율이 떨어져 매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부품유통업체 대표 이모 씨는 “거래하는 30여개 제조업체가 펜더와 필러 등 금속 외장 부품을 비롯해 오일 필터, 에어클리너 등 부품 가격을 올들어 15~25%가량 올렸다”고 전했다.
랜터카 '화색'... 불안에 떠는 손해보험사
부품 부족 사태의 반사효과로 고객이 늘어난 렌터카 업계는 ‘표정 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렌터카 업체들은 국내 여행 증가, 최장 16개월까지 늘어진 신차 출고 대기 기간 렌터카 수요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이 대폭 성장했다.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불안한 시선으로 부품 부족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2018∼2020년 최고 90%대의 손해율을 기록하며 적자에 시달린 손해보험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량 운행이 줄며 수혜를 입었다. 최근엔 개인용 차량의 보험료를 1.2~1.4% 인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완화를 앞둔 가운데 차량 정비와 렌터카 비용 등이 올라 손해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는 최근 한 달 사이 렌터카 대차 기간이 전달 4.8일에서 5.9일로 하루 정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사고 건수 자체가 줄어들어 아직은 부품난이 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조만간 계절적 자동차 운행 성수기에 접어들고 재택 근무가 줄어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영/김대훈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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